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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후기 리포트중 괜찮은 글을 발견해서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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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소비하고 또 그것을 생산하는 것을 반복한다. 너무나도 쉽게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술의 사회에서 창조의 가치는 조금 무의미하게 느껴지곤 한다. 물질들은 너무 쉽게 만들어지고 버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런 기술의 사회에서 공예의 가치를 찾고 있을까?

18세기 영국에서의 산업혁명 이후 현대화와 기계화로 사회는 편리해 졌지만 그와 반대로 피폐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기계화된 사회에서 사람들의 소통을 줄어들었고 권력의 힘은 지주들로부터 factory(공장)의 주인들로 이전되었다. 힘의 근원이 땅에서 기계로 옮겨지는 순간이었다. 21세기를 사는 지금 권력의 주인은 major company(대기업)의 자본과 기술로 이전되었다. 삼성의 시대라고 하는 한국사회의 모습 역시 그러한 모습을 대변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산업혁명의 기계화된 단면에 반해 art&craft 운동이 시작되었고 공예들은 다양한 가치를 표방하며 진행되어왔다.

그렇다면 21세기의 공예는 어떠한 철학을 가지고 있을까? 이러한 공예의 가치를 찾기 위해 작가 현광훈의 핀홀카메라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핀홀카메라로부터 시작된 금속공예는 현대의 제품들에서는 찾을 수 없는 새로운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다.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빛으로 모습을 담는 핀홀 카메라는 ‘공예’가 가질 수 있는 특징을 더욱 부각한다. 장시간의 노출을 필요시 하는 만큼 이는 ‘하루의 시간’을 사진한장에 담는다는 것이다. ‘시간’이 가지는 의미는 기술의 사회에서 단축해야만 하는 것으로 보이곤 한다. 더 빠르게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줄이기 위해 기술들은 발전해왔고 현대의 디지털화된 카메라들은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핀홀 카메라가 가지는 의미는 하루의 순간을 한장의 사진으로 담아내는 기다림의 모습을 포착한다. 찰나의 순간을 담고 기다림의 시간을 담아낸다는 것은 같은 한장의 사진이더라도 상이한 의미를 가진다. ‘더 빠르게 더 효율적으로’를 외치며 살아오던 현대인들에게 이런 기다림의 순간은 다른 깨우침을 가지도록 한다. 우리가 ‘사진’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만들어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우리 옆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담아내고 그 의미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이런 의미들을 잊은 채로 단순히 순간에만 집중하며 살아온 것은 아니었을까? 핀홀카메라가 가지는 이런 시간의 가치에 대한 질문들을 공예라는 수단으로 표현하게 된 것이 단순한 우연으로만 다가오진 않을 것 같다.

작가 현광훈의 작품에서 찾을 수 있는 ‘시간의 의미’는 카메라뿐 아니라 시계 작업에서도 볼 수 있다. 구조화된 톱니바퀴들과 기계들로 이루어진 시계의 형태는 핀홀카메라의 구조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조리개가 닫힐 수 있도록 한 핀홀카메라의 구조에서 좀더 정교한 형태의 시계구조로 나아간 것인데, 이러한 기계적 움직임을 대량생산되는 구조품들이 아닌 공예로 만들어낸 구조품들로 구성해냈다. 넘쳐나는 대량생산된 시계와 구조품들이 아닌, 하나하나 톱니들을 깎아 맞춰가며 만들어낸 것이다. 많은 장인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 수많은 ‘시간들’에서 알 수 있다. 구조화되고 놀랍도록 정교한 이 시계 제품들이 공예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경이로움. 그 순간을 그 남자의 공예에서 찾을 수 있었다.

 

김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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