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하는 습관
미술을 전공하는 우리들에게 있어 눈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바라보는 시각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관찰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저도 학교에 들어와서 혹은 미술학원 다닐때부터 그런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관찰하는 습관을 가지라고.
제가 입시하던 시절에는 입시과목이 석고뎃생이었죠.
그래서 관찰하는 습관은 당연히 석고의 면을 관찰하고 명암을 관찰하고 깊이를 관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저에게 너무나 현실적 도움을 주었고 중요한 습관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학에 와서는 관찰하는 습관이 없어졌습니다.
무엇을 봐야할지 몰랐죠.
동판을 맨날 쳐다본다고 좋은 작업이 나오는것도 아니었고
사물을 관찰하는 습관을 가지라고 하는데
사물을 맨날 뚫어지게 쳐다봐야 눈에 보이는 것 이상 다가오는게 없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다닐때였습니다.
'기계가공특론'이라는 이론수업시간이었는데
관찰하는 습관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뻔한 '사물을 주의 깊게 관찰하라'라는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구조를 관찰하는 습관을 가져라'라는 것이었습니다.
겉모습인 외형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안쪽에 숨어있는 형태를 관찰하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모든것에는 조형이 중심에 있습니다.
그 조형은 단일한 하나의 유닛으로 존재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모든 사물들은 여러개의 유닛의 조합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유닛이 조합을 이루는 방법. 그것이 구조입니다.
그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없다면 구조를 생각해낼 수 없다면
우리는 단일한 하나의 유닛으로 이루어진 형태만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즉, 우리가 어떠한 것을 디자인을 하기위한 필요조건에는 구조에 대한 이해가 있는것입니다.
주변의 사물들을 둘러보세요.
대부분이 가공품들로 이루어져 있고 이러한 가공품들은 구조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여러분의 손에 들려있는 스마트폰도 구조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폰을 보죠.
겉 케이스는 두랄루민으로 되어있고 밀링가공이 되어있으며 하단의 나사를 풀면 분해가 되도록 되어있습니다.
앞면은 강화유리로 되어있고 그 안에는 액정패널이 있고 그 안으로는 백라이트가 있습니다.
뒷면에는 카메라 유닛이 있고 베터리가 있으며 메인보드도 장착이 되어있죠.
옆면에는 볼륨과 진동모드를 조절할 수 있는 버튼이 외장으로 되어있으며 아래에는 스피커 유닛도 위치해있습니다.
이러한것은 공장에 있는 기계들이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디자이너 조나단 아이브가 스케치북에 아이폰의 겉모양만 이쁘게 스케치하고 스티븐잡스가 오케이하면
이 모든것이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조나단아이브의 스케치전 그의 머리속에는 이미 이러한 구조가 어느정도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스케치가 나오고 그 형태가 다듬어져 최종적으로 아이폰이 나오게 되는거죠.
주변을 더 둘러볼까요?
책상으로 보면
상판은 어떤 재질로 되어있으며 마감은 어떤 마감방법이 쓰였습니까?
다리는 파이프를 벤딩하여 만들어져 있나요? 아니면 판재를 이용하여 콜드조인팅에 의한 조립이 되어있나요?
의자는 등판부터 엉덩이까지 사출로 제작되었나요? 다리는 압출로 제작되어 용접이 되었나요?
가죽은 접착제를 이용하여 붙여졌나요? 등판이 뒤로 졎혀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디를 축으로 회전을 하며 회전하는 곳에는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나요? 마찰을 줄이기 위해 베어링이 쓰여졌나요? 튼튼한 안정감을 위해 다리부분이 통 주물로 되어있진 않나요?
여러분이 보고 있는 모니터는 어떤 구조로 조립이 되어있나요?
디스플레이 패널이 안빠지게 하기위해 앞면 베젤과 뒷면 본체는 어디에서 어떤 나사로 조립이 되어있나요?
아니면 탄력에 의한 조립방법인가요?
이러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관찰은 궁금함을 유발하고 구조에 대한 분석은 가공방법에 대한 연구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조립 구조와 가공방법을 모른다면 어떻게 책상과 의자를 디자인하고 모니터를 디자인 할까요?
이쁜 형태로 책상과 의자를 그리면 나머진 공장에서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걸까요?
여러분이 책상과 의자, 모니터 들을 만들 수 없는것은 공장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그 구조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이지요.
우리 주변의 모든 가공품, 인공물은 우리가 다 만들 수 있습니다.
공장의 자동화 기기가 없어도 그 와 같은 기능을 갖는 사물을 디자인하고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금속이라는 재료는 플렉시블을 제외한 대부분의 구조를 만드는데 결함이 없는 소재이니까요.
그러한 금속을 다룰줄 아는 우리가 만들 수 있는것은 무궁무진하겠지요.
우리가 학교에서 배워야 할 것은 은땜과 톱질이 전부가 아닙니다.
구조를 관찰하는 법을 배우고 가공방법을 배우고
그것들을 조합하여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는 지식을 쌓는것입니다.
가공방법은 이 게시물을 참고해주세요. 정보통- 재료/가공 No.67 MANUFACTURING PROCESS
http://www.hongik-mad.com/tboard/board/view.php?no_id=67&b_id=b8&keyword=&start=10&category=
이렇게 가공방법은 보고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조를 생각해내는것은 창의적인 분야입니다.
항상 생각하고 습관이 되어야 더 좋은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얘기하는 조형이라는것은 구조의 미학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조형은 구조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구조를 고민하면 조형이 따라옵니다.
사물의 내부에 있는 조형미를 상상해보세요.
주변의 모든 사물들을 분석하는 습관을 가져보세요.
상상을 통해서 분해를 해보고 각 부품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상상해보세요.
그리고 그 부품들이 어떤 역할을 함으로써 하나의 완성된 사물이 탄생하는지 생각해보세요.
이러한 습관은 여러분이 졸업후 취직을 하더라도 프리랜서디자이너가 되더라도 작가가 되더라도
유용한 습관이 되어줄 것입니다.
이 습관이 여러분을 어떠한 것이라도 만들어 낼 수 있는 마이더스의 손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